깊어가는 가을날에

이진호 (시인, 석좌교수, 문학박사, 아동문학가, 작사가) - 샘터뉴스 연제시 제 5회

김성기 기자 | 기사입력 2019/11/05 [21:53]

깊어가는 가을날에

이진호 (시인, 석좌교수, 문학박사, 아동문학가, 작사가) - 샘터뉴스 연제시 제 5회

김성기 기자 | 입력 : 2019/11/05 [21:53]

 

▲     ©이정록

 

 

 


<연제시 제 5회>

 

깊어가는 가을날에

 

          이 진 호


어 -
잰 -
왜 -
빨갛게 물 들었지
단풍나무 보고
은행나무가 말했습니다                      

▲     © 이정록

 

야 ,
넌 ,
왜 ,
노란색인거야
은행나무 보고
단풍나무가 말 했습니다

 

얘들아, 난  늘 파란색이거든
모양이 다르듯이 색깔도 다른거지
소나무가 점잖게 말했습니다

 

단풍드는 늦가을에
깊어가는 가을날에

 

이진호 시인

▲    
© 이정록

'한국교육자 대상'‘한국아동문학작가상’‘세계계관시인 대상’‘대한민국동요 대상’ ‘현대문학    1백주년 기념 문학상 창작 대상’등을 수상하고 새마을 찬가 ‘좋아졌네’ 군가 ‘멋진 사나이’

와 전국초중고등학교 176개교 교가 작사로 유명한 천등 이진호 시인은 천등문학회장으로

20여년간 전국 동화구연대회와 시낭송대회를 봄 가을로 주관해 오고 있으며,

천등아동문학상 (19회)을 제정 시상해 오고 있고 현재 샘터문예대학 석좌교수, 샘터문학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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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나서【감상】

 

     지은경 시인


구어체로 동심에 다가가는 이미저리의 詩

 

 에즈라 파운드는 이미지즘의 창시자로 현대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형태주의 기법을 시도한 이미지즘은 시적기술과 기교를 단련하여 시창작을 명확하게 표현하도록 한다. 위 시는 색채와 관련 있는 시각적 이미지가 구어체로 표현되고 있다.


  1연의 “어-/ 잰-/ 왜-/ 빨갛게 물들었지./ 단풍나무 보고/ 은행나무가 말했습니다”는 은행나무가 단풍나무에게 ‘왜 빨갛게 물드느냐’고 묻는 장면에서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의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다. 2연에서는 “야,/ 넌,/ 왜,/ 노란색인거야./ 은행나무 보고/ 단풍나무가 말했습니다.”에서 이번엔 반대로 단풍나무가 은행나무에게 ‘왜 노랗게 물드느냐’고 묻는 것에서 두 나무가 소통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는 자기와 다른 색깔의 나무를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해서 묻고 있는 모습들이 동심의 궁금증을 잘 드러내고 있다. 드디어 3연에서 이들의 대화 사이에 소나무가 끼어들게 된다. “얘들아, 난 늘 파란색이거든./ 모양이 다르듯이 색깔도 다른거지./ 소나무가 점잖게 말했습니다.”에서 이번엔 붉은 단풍이나 노란 은행나무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푸른 소나무가 어른스럽게 두 나무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고 있다. 소나무의 ‘모양이 다르듯이 색깔도 다르다’는 것에서 화자의 새로운 발견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 만물은 같지 않다. 비슷한 것 같지만 비슷한 것이 결코 같은 것은 아니다. ‘모양이 다르듯이 색깔도 다르다’는 소나무의 말은 화자의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사람도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마음도 같지 않다. 다양한 존재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 세상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성을 잊고 살아왔다. 이 시에서 시인은 타자의 개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시는 구어체의 시로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구어체는 대화체로서 문어체의 반대개념이다. 구어체는 ‘잰-재는’, ‘넌-너는’와 같이 줄임말로 생략하고 있으며 구어체는 미묘한 감정을 압축하여 표현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위 시는 ‘야, 넌, 왜, 어, 잰’ 등 쉽고 간결한 시어가 생생하고 단순한 문장으로 동심에 다가가 친교적 기능을 하고 있다.     


  단풍드는 계절 아름다운 가을이다. 필자도 나무들의 생각을 상상해 본다. ‘어, 나만 물드는 줄 알았는데/ 옆에도/ 그 옆에도/ 모두 예쁘게 물들고 있네’하지 않을까. 시는 시인의 문학적 상상의 공간이다. 시인은 구어체를 시에 도입하여 객관적이고 명료하게 그리고 견고하게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이 가을에 탄생시키고 있다. 
                        
 
지은경 시인

© 이정록


문학박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아태문인협회 명예이사장, 한국신문예문학회

명예회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비평가협회 이사,《월간신문예》

발행인. 샘터문학 고문, 시집『숲의 침묵 읽기』등 12권, 칼럼집『알고 계십니까』

『우리들의 자화상』, 기행에세이『인도, 그 명상의 땅』외 논문·저서·엮서 2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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