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풍경

한편의 시 그리고 감상 - 이 진 호시인 - 연제 시 제 4회

김성기 기자 | 기사입력 2019/09/27 [23:06]

늦가을 풍경

한편의 시 그리고 감상 - 이 진 호시인 - 연제 시 제 4회

김성기 기자 | 입력 : 2019/09/27 [23:06]

 

▲     ©이정록

 

 

SAEMTEO NEWS

 

<제 4회 연제 시>

 

 

늦가을 풍경

 

            이 진 호

 

 

토담에 기대 선 감나무 영감은

홍시 몇 개를 달아 놓고

까치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붕 위 누우런 호박덩이는

배꼽을 들어내 놓은 채

뒹글다가 잠들어 버렸나 보다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엔

빨간 고추가 가을 볕에 말라 가고

통이 굵어진 텃밭 배추는

더욱 푸르고 싱싱하다

 

사립문 옆 서리맞은 국화꽃은

노란 빛깔이 더욱 고운데

고개 떨군 해바라기 영감은

바람결에 흔들거린다

 

한낮에 수탉이 홰를 치며 울어대는 바람에

오수를 즐기던 삽살이가 놀라 깨어나고

뒤뜰 밤나무 가지에선

툭툭 알밤이 몇 개 떨어졌다

 

 

▲     ©이정록

 



                                 

 

 

 이진호 시인

 
 

*'한국교육자 대상'‘한국아동문학작가상’‘세계계관시인 대상’‘대한민국동요 대상’ ‘현대문학1백주년 기념 문학상 창작 대상’등을 수상하고 새마을 찬가 ‘좋아졌네’ 군가 ‘멋진 사나이’ 와 전국초중고등학교 176개교 교가 작사로 유명한 천등 이진호 시인은 천등문학회장으로 20여년간 전국 동화구연대회와 시낭송대회를 봄 가을로 주관해 오고 있으며, 천등아동문학상(19)을 제정 시상해 오고 있다.

 

 

읽고 나서【감상】

 
[지은경 시인]

 

  생명의식의 확장과 자연친화적인 詩

 

 현대시의 회화적 이미지는 시의 시각적 효과를 높여준다. 위의 시「늦가을 풍경」은 농촌의 가을 풍광을 그림으로 보여주듯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시인의 고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의 어린이가 이 시를 읽는다면 시골에 대한 간접체험이 될 수 있어 정서적으로나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지난여름 숨 막히던 폭염은 수확의 계절을 풍성하게 해준다. 1연의 “감나무영감은 홍시 몇 개” 까치를 위해 남겨 놓고 있어 늦가을 감나무의 배려와 사랑을 보여준다. 2연의 “지붕 위 누우런 호박덩이는/배꼽을 드러내놓고”, 3연의 “고추가 가을볕에 말라가고/통이 굵어진 텃밭 배추”, 4연의 ‘노란 국화’와 시들어가는 ‘해바라기’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 사위는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5연에서 ‘수탉이 울면서 삽살이가 짖고 밤알이 떨어지’면서 시골 풍경이 잠에서 깨어난다. 1연에서 4연까지 카메라로 사물을 찍듯 병렬로 서술하지만, 5연에서 수탉의 ‘꼬끼오’하는 소리, 삽살이의 ‘멍멍멍’ 짖는 소리, 밤알의 ‘떽데구루’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연상된다. 소리들의 청각적 이미지가 조용한 시골을 깨우며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어 생명의 오케스트라를 듣는 듯 환희를 느끼게 한다.
  이 시에서 가을은 풍요와 결실이라는 공간적 배경의 표상이 그 내면에는 생명의 잉태와 감사와 사랑을 암유(暗喩)하고 있다. 시에는 시인의 정신이 투영되듯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선하고 평화로워 자연친화적이다. 언젠가 시인을 만났을 때 일화가 있다. 시인은 시골에서 수확한 과일이라며 필자에게 과일가방을 건네준 적이 있는데 “알이 작아 보잘 것 없지만 비료도 아무 것도 주지 않은 무공해나무에서 수확한 거야. 돌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열린 것이 너무 감사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올렸지”하는 말씀에 감동되어 가슴이 뭉클하였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감사를 잊을 때가 많다. 세상이 불화가 잦은 것은 감사를 잊기 때문이 아닐까. 위 시의 내피는 행복한 삶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며 감사하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인간의 성정(性情)을 아름답게 순화시켜준다. 또한 아동의 심성을 밝고 맑게 정서함양을 높여주는 미의식이 구현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공존의 미학을 보여주는 시이다.

 

▲     ©이정록

 

▲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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